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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개정 유예기간 틈타 290여개소 축사 무더기 허가 - 주민동의 없는 무더기 축사허가 주민 간 갈등 심화
  • 기사등록 2018-08-08 19: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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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동의를 얻지 않은 무더기 축사허가로 지역민과 축산업자 간 갈등의 골이 계속 깊어지고 있다.
축산농가를 늘려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려던 민선6기 전상주시장의 정책방향에 따라서 축사 규제를 대폭 완화한지 2년만에 지역 내에서는 무분별한 축사 건립과 대형축사들의 편법 쪼개기 허가에 반발하는 집회가 해마다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6년 모동 거위축사 건립반대 운동’과 '2017년 관동리 대형축사 반대운동’등 지역주민들의 합리적인 이의제기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반대운동이 진행되었고,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눈치도 살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상주시의회에서는 지난 2017년 9월경 규제를 강화하는 가축사유제한 조례개정을 서둘렀고, 지역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가축사육제한 조례가 지난 1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하지만 개정된 조례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0월부터 12월까지 290여건의 축사 신고가 무더기로 접수되었고, 시에서는 기존 조례 기준에 따라 허가 혹은 신고접수를 함으로써 사실상 조례를 개정한 것이 큰 의미가 없게 되었다.
개정 이전의 조례는 주민밀집지역과 학교와의 거리 제한 정도의 빈약한 규제 기준만 마련되어 있었고, 그마저도 제한거리를 대폭 축소함으로서 축사신축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새로 개정된 조례에서는 기존 조례의 거리 제한 규정을 강화하고, 환경오염과 관련하여 지역주민의 생활환경 보전을 위한 지역이나 수질환경보전, 상수원의 수질보전 및 주민건강 보건을 위한 지역 등에 관한 세부조항을 추가함으로서 축사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강화된 조례에 따르면 가축사육제한 구역에 해당 될 수 있는 토지소유주들이 조례 개정 이전에 축사 건립 허가 및 신고를 해 놓음으로서 개정된 조례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구나 조례규정을 강화한 주된 목적이 주민 생활환경 보전과 환경보전을 위함인데, 기존의 조례대로라면 주민동의는 고사하고, 주민들에게 통보도 없이 마을 입구에 축사를 짓는다고 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실제로 상주시 화서면 사산1리의 경우가 그렇다. 해당 지역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축사가 허가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날 공사가 시작되고, 기둥이 들어서고 나서야 축사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반대운동을 시작하였지만 이미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치밀하게 준비한 축사건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화서에서 축사반대운동을 하는 최원호 씨는 “우리 지역만 놓고 보면 축사건립을 막는게 쉽지는 않지만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아직 착공하지 않은 290여개의 축사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공사를 할 것이 분명하다.
그 피해는 단순히 한 마을, 한 지역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축사 반대 공동 대책위원회가 필요한 이유이다.”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강조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들


수출용 딸기농장이 밀집한 상주시 청리면에도 대형 양계장이 들어서게 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곳 청리면의 경우는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 꼼수들까지 동원되었다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주장이다.
예를들어 최초 부지는 2400㎡였으나 이를 여러 부지로 분할하여 친인척이나 지인 등에게 명의를 분할하고, 개발사업 승인 완료 후 명의변경을 통해 1개 부지로 재통합한 후 남아있는 토지에 순차적으로 축사 증축을 하면 자연스럽게 대규모 축사단지가 형성되는 수법으로서 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설계변경허가를 하는 과정에서 허가 담당자는 설계변경의 명확한 이유도 없이 이를 허가해 준 것이다. 최초 규모의 부지로 설계신고를 할 경우 각 종 규제에 걸릴 위험을 인지하고 꼼수를 쓴 것이다. 또한 상주시 공성면 농공단지의 경우에는 농공단지 경계선과 불과 21m 떨어진 지역에 5,860㎡의 축사를 허가해 주었다.
축사가 들어설 경우에 해당 농공단지에 있는 KT&F사는 식품첨가제를 만드는 공장으로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직원들이 이용하는 기숙사가 있지만 행정당국은 주거 밀집지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또 상주시 낙동면 승곡리의 경우에는 마을상수도용 물탱크에서 불과 5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축사 증축 허가를 내주었는데 상주시의 조례상에는 마을상수도용 취수원(관정)으로부터 200m이내는 가축사육제한 구역으로 명시하고 있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현장답사를 해 보았지만 아직 현장을 가보지 못한 290여개의 축사허가 지역의 상황이 어떤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축산업자 생존권 우선인가?
지역주민 생활권 우선인가?

가축사육시설의 신축문제는 항상 생존권과 생활권의 갈등을 유발한다. 축산업자는 가축사육제한구역이 아닌 자기 소유의 토지에 축사를 신축하는 것은 합법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 이다.
행정당국 또한 조례 개정 이전에 합법적인 요건을 갖춰서 축사 건축신고를 했기 때문에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본질은 외면한 채 지역적인 내용만을 문제 삼는 행태에 불과하다. 양측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프레임 속에서는 축산업자와 주민 간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애당초 축산 관련 규제가 완화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표면적으로는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서 규제를 푼 것이다.
매출액 1억 이상의 농가를 1000개소 만들면 상주의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주먹구구식 정책의 결과는 무엇인가? 소수의 대형 축산업자들이 그 혜택을 보았지만 결국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일어나지 않았다.
축산규제를 완화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상주시의 농업경제 활성화였지만 두 번이나 시장을 맡았던 전임 시장의 임기동안 상주의 경제수준은 더 떨어졌다. 축산규제 완화가 상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 축산 규제 완화가 가져올 폐해는 무엇일까? 볼 것도 없이 악취와 토지, 수질오염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환경오염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많지만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은 다른 측면에서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킨다. 또한 상주시의 현안문제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인구감소이다.
지난6.13 지방선거 당시에 모든 시장 후보들의 공약 1호는 어떻게 상주시의 인구를 증가시킬 것인가 였지만 축산농가가 늘어난다고 해서 상주시의 인구가 증가하거나 일자리가 창출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사방에 축사가 즐비한데 슬로시티 청정도시를 표방하며 귀농귀촌인을 모집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가축 사육농가가 증가한다고 해서 지역 이미지가 개선되거나 지역 신인도가 제고 될 수 있을까? 좁고 좁은 축사와 계사에 소 닭 돼지를 사육하는 모습이 어떤 부분에서 상주시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까? 오히려 도시의 혼탁한 공기와 빌딩숲을 피해 자연과 함께 하려는 귀농귀촌인들의 유입을 막는 요소로 작용할 뿐이다.
그렇다고 축산업을 아예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축산분뇨와 악취 문제 등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들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문제를 누가 고민하겠는가? 결국 새로운 변화는 새로운 사람에게서 만들어 질 수 밖에 없다. 축사 건립과 관련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그 곳에 사는 ‘사람’의 문제이다.


<신행식 기자hk9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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